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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d07512682)- 우키요 에이스&아즈마 미치나가/여우소

디자이어 그랑프리 새로운 스테이지의 막이 열렸다. 평소와 같이 다를 거 하나 없는 순조로운 시작이었다. 쟈마토의 모습이 지금까지 봐왔던 것과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그건 별다른 문제가 되진 않았다. 다른 스테이지마다 다른 느낌의 쟈마토와 싸운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기에 익숙한 느낌이었다. 한 자릿수 덧셈만 배웠다고 두 자릿수 덧셈을 못 하는 것도 아니니까.

 

흰색과 붉은색 줄무늬 지팡이 같은 걸 들고 있는 쟈마토들은 다들 몸에 무언가 달려있었다. 과일이 아니었다.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보라색, 하늘색, ……. 다양한 색의 둥근 방울 장식품이었다. 두어 마리의 쟈마토들은 서로의 몸에 장식품을 달아주고 있었다. 쟈마토들도 협동심이라는 건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다 같이 모여서 무언가 하는 모습은 수상한 짓을 꾸미고 있는 걸로밖에 안 보였다.

 

아즈마 미치나가는 이전 스테이지에서 구한 하늘색 버클을 끼운 드라이버를 돌리며 돌진했다. 가면라이더 버파와의 상성이 좋은-아즈마 미치나가가 얻길 바랐던 보라색 버클은 기츠의 드라이버에 끼워져있을 것이었다. 복면 안의 미치나가의 미간이 다시금 구겨졌다. 라이더들끼리 무작위로 스타트 자리를 배정받았기에, 주위에는 기츠의 하얀 머플러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버파의 레이즈 워터에 닿은 방울은 팡! 하고 터졌다. 평범한 방울은 아닌 모양이었다. 터진 방울의 색의 물감을 버파는 그대로 뒤집어썼다. 초록색 물감이 버파의 두 눈을 그대로 덮었다. 물이 졸졸 나와서는 쟈마토 퇴치론 어림없는 구닥다리 노즐을 휘둘러선 쟈마토에게 휘둘렀다. 둔탁한 쇳소리가 몇 번은 난 뒤에야 쟈마토가 하나 쓰러졌다.

 

쟈마토가 하나만 있을 리 없었다. 시야를 차단당한 상태로 휘두른 무기는 쟈마토를 제대로 맞추지도 못하고 스쳐 지나갔다. 한 손으로 대강 눈 부근을 닦아내자 가까이 자마토의 모습이 보였다. 이건 못 피한다. 그대로 정체 모를 공격에 휘말려 버파는 다른 쟈마토들 위에 떨어졌다.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무수한 손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건 성공했지만, 빠져나오는 건 무리였다.

 

그때, 어디선가 머리를 숙이란 말을 들은 것만 같았다. 미치나가는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앞서나갔다. 고개를 숙이자 아슬아슬하게 큰 공격이 그의 위를 스쳐 지나갔다. 엄청난 폭발 소리와 함께 튕겨져서 나무에 부딪히고 말았다. 잠깐 사이에 하늘과 바닥이 두어 번 뒤집혔다. 뒤를 돌아보면 미치나가의 예상대로 기츠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손으론 좀비 브레이커를 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무에 기대서선 여우다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여우 가면라이더의 등장이었다.

 

“불도저라 그런지 도구 사용을 못 하네. 그렇게 돌진만 하다간 언젠가 뒤통수 맞는다고?”

 

속을 박박 긁는 말과 함께 말이다.

 

주변엔 쟈마토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미치나가는 변신을 해제했다. 전에 쟈마토에게 붙잡혔을 때 따끔거린 느낌이 들긴 했지만, 다친 것 같진 않았다. 저기 있는 여우 가면을 쓴 채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를 여우 녀석을 제 시야에서 치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몇 걸음 걸었을까, 아즈마 미치나가의 기억은 여기서 끊겼다.

 

*

 

하루가 끝나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새로운’이라고 붙이긴 했지만, 어제와 다를 것 없는 하루가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누군가는 크리스마스이브라며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거나,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식사 시간-을 준비할 테지만 아즈마 미치나가에겐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남들이 멋대로 정한 기념일보단 오늘 하루도 일하러 가는 게 그에게 더 중요했다.

 

아침 루틴을 소화해 내기 위해서는 별다른 정신이 필요하지 않다. 몇 년째 계속된 루틴이니까 말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선 우선 커튼을 걷어내곤 비척비척 방에서 걸어 나온다. 냉장고에 넣어둔 물을 꺼내 마시곤 샤워를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은 항상 깨끗했다. 청소를 잘 해두는 쪽보단 사용하는 것들이 별로 없어서 휑한 쪽에 가깝긴 했지만, 아무튼. ‘뭔가 종류별로 많이 팔긴 하지만, 굳이 그것들을 다 쓸 필욘 없는 거 아니야? 그거 다, 상술이잖아.’ 아즈마 미치나가의 주관적인 의견이었다.

 

미치나가는 한 손으로 들고 다른 손으로 치약 튜브 꽉 눌렀다. 하얀색 치약이 찍, 하곤 나왔다. 목적지에 도착한 흰색 덩어리는 그대로 보기 좋게 세면대 위에 떨어졌다. 거의 다 써가는 튜브는 비쩍 말라서는 치약을 더 이상 토해내지 못했다. 결국 힘을 누어 입구 부분을 거의 반으로 접고 나서야 적당량의 치약을 다시금 칫솔 위에 올려둘 수 있었다. 다시 떨어트리기 전에 미치나가는 서둘러 입에 칫솔을 넣었다. 빨간색 칫솔은 예전에 잡화점에서 세일하길래 사 온 40개 묶음 저가 칫솔 세트에 들어있던 녀석이었다. 색이 랜덤으로 들어있다는 걸 그냥 적당히 넘기곤 사 왔건만, 결국 우습게 본 대가로 미치나가는 현재 빨간색 칫솔만 지금 20개째 쓰는 중이었다.

 

붉은색만 보면 그 망할 자식이 떠오른단 말이야.

 

지난 디자그랑 때 결국 다시 기츠를 이기지 못했던 걸 떠올린 미치나가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몸에도 붉은색이 흐르긴 했지. 피라고. 우키요 에이스를 닮은 색이 제 몸속을 구석구석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진다. 모든 인간이라면 당연한 사실인 것이, 아침부터 아즈마 미치나가의 속을 벅벅 긁어대고 있었다.

 

거울을 보며 양치질을 계속하던 도중, 미치나가는 본인의 목덜미에서 붉은색 자국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쟈마토를 상대하다 당한 걸 눈치채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벌레라도 물렸다거나. 미치나가가 상처 부근을 손으로 만져보았을 때,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그렇지만 물에 지워지지 않는 걸로 보아 피부에 남은 자국인 건 분명했다. 베개나 이불로 남은 자국으론 보이진 않았다. 어느 쪽이든 문제 될 건 하나도 없고, 그냥 넘어가는 걸로 할까. 아즈마 미치나가는 결국 그렇게 결론 내렸다.

 

작업장으로 갈 때까지 입을 외출복으로 갈아입곤 위에 두꺼운 외투를 걸쳤다. 옷을 입기 전에 뜯어두어 넣어둔 핫팩은 따뜻해지고 있었다. 미치나가는 열쇠를 외투 주머니에 넣었다. 현관문 앞에 서서 불이 다 꺼진, 들을 사람 없는 집안을 바라본 채로 다녀오겠습니다, 라 짧게 인사. 언제부터인가 이유 없이 생긴 버릇이었다. 미치나가는 외투 모자를 눌러쓰곤 현관문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달칵, 손잡이는 조금은 거친 쇳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일터에 도착하자마자 겉옷을 벗고 캐비넷 안의 옷걸이에 건다. 옷걸이에 잘 걸어둔 작업복을 꺼내려던 미치나가 쪽으로 현장 관리자 -같이 일하는 동료 중 가장 높은 직급이라고 하더라- 가 다가와선 그의 왼쪽 어깨를 두드렸다. 몸을 돌려 상대를 바라보니, 오늘은 일할 필요가 없으니 돌아가라는 말이었다. 멍한 미치나가에게 상대방은 말을 계속했다.

 

“일이 없다고 일급을 안 주는 건 아니니까 걱정 말고. 크리스마스 선물 정도로 생각해. 내일은 빨간날인 거 알고 있지? 좋은 시간 보내.”

 

크리스마스 선물로 모두에게 나눠준다는 큰 쇼핑백도 하나 받았다. 무슨 소리냐 반박하기 전에 미치나가는 그 쇼핑백을 품에 끌어안은 채로 일터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출근 30분도 채 되기 전에 미치나가는 갈 곳이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길거리엔 오전이지만 사람이 꽤 많았다. 미치나가는 잠시 멈춰서선 지나가던 사람을 바라보다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할인해서 판다며 호객 행위를 벌이는 산타 복장의 사람 두 명이 눈에 띄었다. 물론 미치나가는 그 둘을 무시한 채로 계속 걸었다. 빵을 식사 대신 자주 먹곤 했지만, 케이크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애초에 같은 빵인데도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받았기에 제 돈을 주고 사 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도 했고 말이다. 그에게 케이크 권유를 하려던 둘은 금세 다른 행인들에게 말을 붙이고 있었다.

 

“좋은 오전이야. 날이 좋지?”

“…….”

 

산타가 가니 이제 여우가 왔다. 미치나가는 알림이 왔을 리 없는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예상대로였다. 아무것도 없는 잠금화면을 빤히 보다 휴대폰을 도로 집어넣었다.

 

“같이 식사 할래?”

“내가 왜.”

“어차피 할 일도 없잖아?”

 

미치나가는 여우한테 금세 허를 찔렸다. 그는 입을 다물었다.

 

“오늘 하루만 나랑 어울리면…….”

“뭐라도 주겠다고? 그런 거에 넘어갈 것 같냐.”

“네가 원하는 소원을 하나 들어줄게. 네가 원할 때 언제든 말이야.”

 

무언가 있다는 게 뻔히 보이는 제안이었지만, 결국 아즈마 미치나가는 이 여우의 속셈에 넘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평생 가볼 일 없을 것만 같은 레스토랑에 반쯤 끌려갔다. 이 장소에 맞는 옷이 있다, 라는 이유로 말끔한 정장 같은 것도 입게 되었다. 보라색 귀여운 나비넥타이를 미치나가는 한 손으로 뜯어내듯 잡아당기며 속으로는 화를 참고 있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주는 호의는, 제대로 이용해먹기만 하면 장땡 아닌가. 그렇게 속으로 되뇌면서 말이다.

 

식사 시간 동안엔 별다른 일이 없었다. 평범했다. 메뉴가 조금 특별하고, 건너편에 우키요 에이스가 자신과 함께 음식을 먹고 있는 점만 뺀다면. 에이스는 먼저 시비를 걸어오지도 않았고, 미치나가 또한 그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적막만 가득한 시간이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웨이터가 음식 대신 상자를 가져왔다. 미치나가가 물음표를 띄운 표정을 하고 있으니, 건너편의 그가 자신이 부탁한 것이라며 네 것이라는 말을 해주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란다. 미치나가는 얼떨결에 웨이터에게서 상자를 가져왔다. 항상 츠무리에게서 건네받던 디자이어 드라이버가 담긴 상자보다는 조금 작은, 흰색에 금색 크리스마스트리 여러 개 그려진 포장지에 싸인 그런 상자였다.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상한 건 아니니까 안심하라고?”

 

원하지 않으면 알아서 처리해도 좋다고 말하는 에이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런 미소, 말이다.

 

“네가 주기만 했으면서, 안심이 될 리가 있냐. 무슨 꿍꿍이냐. 기츠.”

“괜찮아. 나는 이미 받았으니까.”

 

더욱이 의미를 알 수 없는 수상쩍은 답변.

 

“…고마워.”

“별말씀을.”

 

기츠의 웃는 소리에 버파의 귀가 붉어졌다. 붉어진 이유는 미치나가 본인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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