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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ry0ng1okid) -토마리 신노스케, 시지마 키리코/신키리

Merry Christmas, ―

 

12월 24일, 토마리 신노스케는 생각했다. 아마 자신이 그동안 지내온 생일 중 가장 황홀한 생일이 아닐까?

 

사건의 발단은 크리스마스이브 일주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크리스마스이브, 그러니까 신노스케의 생일 일주일 전, 신노스케와 키리코는 평소처럼 일을 마치고 귀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근 특상과의 일이 많아져 신노스케와 키리코는 종종 남아 일을 같이 했고, 퇴근이 꽤나 늦어졌기에 신노스케가 키리코를 차로 태워다 주고는 했었다. 12월 17일, 마찬가지로 잔업을 마친 후 신노스케와 키리코의 퇴근길에 키리코가 무언가를 고민하는가 싶더니 입을 열었다.

 

“요즘 따라 잔업이 많네요, 신노스케 형사님.”

“응, 그러게 키리코. 너도 고생이 많다~ 아, 시간이 꽤나 늦었는데 태워다 줄게 같이 갈래?”

“네? 아, 저야 감사하죠! 그보다 신노스케 형사님, 혹시 12월 24일 저녁에 시간 되세요?”

“12월 24일? 시간이야 되는데, 몇 시?”

“한...8시쯤이요. 그날 생일이시기도 하고, 요즘 많이 태워다 주셨으니까 제가 밥이라도 살까 해서요. 마침 전에 맛있다고 하셨던 식당 식사권이 생겼거든요.”

“응? 꼭 사줄 필요는 없는데, 내가 좋아서 태워다 준 거니까. 그래도 거절하는 건 조금 그러니까, 후식은 내가 살게. 그럼 12월 24일에 보는 거로 하고, 늦었으니까 얼른 가자 키리코.”

 

꽤나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겉모습과 다르게 신노스케의 심장은 요동치고 있었다. 이는 신노스케가 키리코에게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고우의 “신노스케 형이 우리 누나의 남자 친구인 건 용납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같은 말에 좋아하다가도 착잡해하는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퇴근길 키리코를 데려다준 것도 걱정 반, 사심 반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자신의 짝사랑 대상의 식사 제안이라니, 싫어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상황 아닌가?

 

키리코를 데려다주는 내내 신노스케의 머릿속에서는 ‘이거 데이트인가? 기왕 만나는 거 크리스마스에도 만나면 좋겠는데. 아니다, 이브에 만나는 거로 만족하자~’ 싶다가도, ‘전처럼 특상과 사람들 깜짝 등장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싶은 생각이 번갈아 가며 들었다. 키리코가 내린 뒤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것 마냥 설렜다가 아쉬워했다가 하는 모습이 스스로도 한심해보일 정도였다. 이는 키리코라고 다르지 않았다. 키리코는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자꾸 올라가는 입꼬리와 들뜬 목소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키리코도 신노스케를 좋아했기에, 크리스마스이브에 신노스케의 생일을 빌미로 데이트를 신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키리코의 계획은 단순히 밥을 먹는 것에서 끝이 아니었다. 키리코는 크리스마스이브에서 크리스마스로 넘어가는 새벽, 신노스케에게 고백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저녁을 먹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식사를 마친 뒤에도 신노스케를 붙잡을 만한 핑계가 여럿 필요했고, 키리코는 신노스케가 저녁 약속을 수락한 순간부터 신노스케를 붙잡을 핑계를 고민하느라 바빠 평소보다 복잡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평범하게 일주일이 지나고, 크리스마스이브가 찾아왔다. 먼저 퇴근해 약속 장소로 향한 키리코는 퇴근을 조금 더 늦게 하기로 한 신노스케를 기다리며 신노스케에게 할 말들을 다시 정리해 보고 있었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키리코를 부르는 신노스케의 목소리가 들렸다.

 

“키리코!”

“오셨어요? 어? 머리 내리셨네요? 아까는 올리셨던 것 같은데...”

“응? 아, 특별한 날이잖아. 변화를 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안 어울려? 그보다 춥겠다 이만 들어가자 키리코~”

 

키리코는 안 어울리는가에 대한 대답을 하고 싶었지만 잠시 미룬 후, 신노스케를 따라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은 작년에 특상과 사람들과 신노스케의 생일 축하 이벤트를 했던 곳이었다. 식당도, 주문한 음식도 같았지만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둘의 관계성이라고 해야 할까? 둘은 아무것도 모르는 제 3자가 보면 얼핏 연인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연인과 남남 그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마치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듯한 키리코의 모습과 나름 고심해 꾸민 것 같은 신노스케의 모습은 오늘을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 하루로 만들기엔 충분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 키리코가 직접 고른 선물을 건네준 뒤 바로 음식이 나왔다. 식사는 미묘한 기류 속에서 무난하게 이루어졌다. 음식은 1년 전과 똑같이 여전히 맛있었고,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처럼 즐거웠다. 이제 키리코에게 남은 숙제는 단 두 개, 신노스케를 잡아두는 것과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 키리코는 첫 번째 숙제부터 해결하기로 했고, 식사를 마친 뒤 고맙다 말하는 신노스케에게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형사님, 바로 옆에 공원이 있는데 잠깐 걸으실래요? 소화도 시킬 겸 해서요.”

 

내심 신노스케가 거절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키리코에게 신노스케가 일말의 고민 없이 대답했다.

 

“그럴까? 근데 추우니까 따뜻한 음료 하나씩 들고 하는 건 어때? 이건 내가 사기로 했으니까 내가 사올게 키리코, 추우니까 여기서 기다려. 늘 먹던 걸로 할거지?”

 

신노스케가 말을 끝마침과 동시에 카페로 향했다. 가는 길에 신노스케는 예상치 못한 행운에 감사했다. 자신이 키리코를 좋아하는 만큼, 키리코와 이왕이면 더 오래 있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키리코가 자신을 또 다른 이유로 붙잡는다면 잡혀줄 생각도 얼마든지 있었다. 물론, 아직 연결되지 않은 신노스케의 머리로는 키리코가 자신을 더 붙잡을 것이라는 결론까진 내지 못했지만 말이다.

 

카페에서 음료를 포장해 산책을 하면서, 키리코는 계속 시간을 확인했다. 평소엔 잘만 가던 시간이 오늘따라 유독 안 가는 기분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올해 크리스마스만큼은 조금이라도 신노스케와 보내고 싶었기에 다음엔 또 무슨 이유로 붙잡을지 고민하던 찰나, 어느덧 처음 출발한 장소로 돌아왔다. “이제 그만 갈까?”라는 신노스케의 말에 키리코가 급하게 대답했다.

 

“아, 형사님 혹시 버스킹 좋아하세요? 아까 보니까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버스킹을 한다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 시작했을 것 같은데... 같이 보고 가실래요?”

 

신노스케는 키리코의 제안을 반가워하면서도 늦은 시간 탓에 잠시 고민했지만, 키리코야 자신이 데려다주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머지않아 수락했다. 버스킹은 생각보다 오래 진행이 됐었는데, 크리스마스이브라 밤까지 거리가 시끌벅적해 문제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연인들로 가득 찬 거리 사이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고 있자니 약간 어색한 기류가 느껴지기도 했다. 어느새 시간은 11시 20분, 크리스마스까지는 40분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버스킹이 끝나자 신노스케가 키리코에게 집에 데려다주겠다 했고, 이제 키리코는 두 번째 숙제를 해야 했다. 두 번째 숙제, 즉 고백은 약속을 잡은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했기에 키리코는 신노스케의 차를 타고 가는 내내 고백할 타이밍을 잡으려 노력했다. 30분이 지나 키리코의 집 앞에 도착하자, 키리코가 신노스케에게 말을 건넸다.

 

“오늘 어떠셨어요, 형사님? 저는 버스킹도, 산책도 좋았는데 형사님은 어떠셨을지 모르겠네요. 시간이 늦었는데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좋았어, 키리코. 버스킹이 생각보다 좋더라~ 이런 건 또 어떻게 아는 거야? 조금 대단한데?”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크리스마스가 몇 분 밖에 남지 않았다. 키리코는 차에서 내리기 전 문 손잡이를 잡은 채로 말을 꺼냈다.

 

“사실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거든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으니까 한 번 들어주시겠어요? 오늘 밥을 먹자고 한 것도, 산책을 하자고 한 것도, 버스킹을 보러 가자고 한 것도 전부 이거 하나 말하려고 그랬던 건데, 아직 연결이 안 되셨나봐요. 오늘 하루 같이 있으며 확신이 생겼습니다, 제 생각보다 더 형사님을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키리코가 말을 하던 와중, 핸드폰 배경화면 속 날짜가 12월 24일에서 12월 25일로 바뀌었다. 키리코는 잠깐 시계를 보고는 말을 이어갔다.

 

“크리스마스까지 같이 보내고 싶어서 계속 붙잡았는데, 붙잡혀주신 덕분에 크리스마스도 같이 맞이하네요.” 키리코는 신노스케를 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신노스케 형사님! 아, 그리고 머리 내린 거 잘 어울립니다. 맨날 딱딱하게 올리지만 말고 가끔 내리고 오셔도 좋겠는데요?”

 

신노스케의 사고가 키리코의 미소를 보고 잠깐 멈췄다. 키리코가 내리기 전에 대답을 줘야한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리고, 차에서 내리려는 키리코의 팔을 붙잡고 대답했다. 신노스케의 얼굴이 한껏 붉어져 있었다.

 

“너는 맨날 딱딱하게 웃고있으면서. 대답은 듣고 가야지, 키리코. 너는 무슨 고백을 이렇게... 나도 방금 들으니까 확실히 알겠다, 내 생각보다 널 더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두근거릴 리가 없으니까.”

 

대답을 들은 순간 키리코가 신노스케를 쳐다봤다. 키리코와 눈이 마주치자, 신노스케는 생각했다. 지금 키리코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신노스케의 눈에 비친 키리코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신노스케의 말을 빌려보자면 뭐라 형용할 수 없겠지만, 굳이 형용해보자면 평생 기억하고 싶을 정도로. 신노스케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동시에, 키리코 또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신노스케의 대답에 환히 웃는 키리코를 본 신노스케가 웃지 않는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웃음이 계속 새어나왔고, 신노스케는 귀까지 붉게 물들어있었다. 키리코의 미소를 바라보며, 신노스케는 키리코에게 데이트의 마지막 한 마디를 건넸다.

 

“메리크리스마스, 키리코. 조심히 들어가! 내일은 회사에서 보겠네?”

“네, 내일 뵈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형사님.”

 

이제 이 둘에게 남은 것은 행복한 연애 생활과 키리코와 신노스케 빼고 둘이 서로 좋아한다는 것을 다 알던 직장에 연인이 되어 출근하는 것이었다. 이래저래 힘들겠지만, 결국 사귀게 되었으니 그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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