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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ry0ng1okid) - 키류 다이고, 아미 유즈키/킹아미

퍼펙트 크리스마스?

 

환한 가로등 불빛 아래 아미는 생각했다. 오늘 하루는 자신의 예상대로 최고의 하루가 될 것이라고.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수많은 연인이 거리를 가득 채우고 길가의 빵집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포스터가 붙는 날. 크리스마스가 주는 상징성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연인과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라면, 그 특별함은 무엇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아미 유즈키와 키류 다이고 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동료가 아닌 연인으로서 맞는 첫 크리스마스였기에, 가장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가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마침 12월 25일에 내린 첫눈 예보는 함께 첫눈까지 볼 기회가 생겼다. 그들의 크리스마스를 하늘이 돕는 것만 같았다.

 

아미는 크리스마스 며칠 전부터 12월 25일을 상상하곤 했다. 아미가 상상한 크리스마스는 완벽, 그 자체였다. 미리 알아봐 둔 식당도 다이고와 아미 둘 다 좋아할 만한 곳이었고, 케이크를 먹으며 보기로 한 영화는 연인들끼리 보기 좋기로 유명한 로맨스 코미디였다. 보기엔 누구나 완벽하다고 생각할 크리스마스 계획이었다. 무엇보다 아미는, 다이고에게 완벽하고 즐거운 하루를 선물해 주고 싶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전 날, 아미는 설레는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원래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이 오는 아미였지만, 그 날은 유독 평소보다 크게 들리는 것 같은 심장 소리에 쉬이 잠들지 못했고, 어찌저찌 잠에는 들었을지라도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것과 마찬가지였다. 크리스마스를 여는 해가 뜨자, 아미는 울리던 시끄러운 알람을 끄고 자신을 깨우는 다이고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아미, 이제 그만 일어나! 데이트하기 위해서는 힘을 내야한다고. 얼른 나와서 아침 먹어! 좋아하는 걸로 가득 차려놨어~"

다이고가 말하며 아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침대에서 일어난 아미가 씻고 식탁으로 향하자 아미를 기다리는 다이고가 보였다. 나름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 같기도 했다.

아침을 먹은 뒤 각자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전날 밤 서로 고심하며 골라둔 데이트룩을 입고 아미와 다이고가 현관에 나란히 섰다.

“내가 다 준비해왔으니 킹은 따라오기만 해!” 아미가 다이고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오, 진짜? 멋진데? 기대해도 되는건가, 아미?” 다이고가 대답했다.

둘은 서로 손을 잡고 현관문을 나섰다. 점심을 먹기로 한 식당으로 향하는 길을 걸을 땐 처음 본 길을 걷는 것만 같았고, 길가의 가게들에 걸린 크리스마스 장식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 늘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 마련이다. 완벽했을 크리스마스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식당에 도착한 이후였다. 분명 12월 25일 1시 예약자 명단에 있어야 할 아미의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날짜를 착각해 잘못 예약한 모양이었다. 다이고가 눈에 띄게 시무룩해진 아미를 보고 자신은 다른 곳에서 먹어도 상관없다고 말을 꺼내려던 찰나, 아미가 먼저 말을 꺼냈다.

 

“확인을 충분히 했어야 했는데, 미안해 킹... 대신 케이크는 진짜 맛있는걸로 준비했으니까, 나만 믿어!”

‘그래, 이게 아미지!’ 다이고는 생각했다.

“밥은 뭐 먹을까? 우리 자주 가는 거기 갈까? 이번엔 제가 모시겠습니다, 공주님~!”

 

다이고는 기운을 되찾았지만 아직 조금 시무룩한 아미를 달래듯 말을 꺼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미리 예약해둔 케이크를 찾으러 베이커리로 향했다. 베이커리에 다 와가자 저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사러 온 사람들이 보였다. 베이커리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의 손엔 크리스마스 포장지로 꾸며진 케이크가 들려있었다. 한껏 신난 표정을 지은 아미가 다이고의 손을 끌며 베이커리에 들어가자 갓 구운 빵냄새가 풍겨왔다. 둘은 포장한 케이크를 들고 베이커리를 나왔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잔뜩 시무룩하던 아미는 온 데 간 데 없고 웃음을 멈추지 않는 아미만 다이고의 옆에 있었다.

다이고는 아미의 기분이 좋아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아까 식당 예약을 잘못한 게 그 정도로 속상한 일인가?'라는 의문을 품었다. 물론 속상할 수는 있겠지만, 다이고로서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었다. 다이고는 아미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아미와 연인이 된 이후 한 번도 변하지 않는 생각이었다. 비 오는 날 알바가 끝난 아미를 데리러 가 같이 한 우산을 쓰는 것만으로도 좋았고, 같이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이 다이고였다. 일상의 순간도 한없이 행복했던 다이고 에게 크리스마스라는 특별한 날을, 아미와 함께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아미가 모르는 것만 같았다. 빨간색의 박스로 포장된 케이크를 한 손에 쥔 아미가 나머지 한 손으로는 다이고의 손을 붙잡고는, 케이크를 먹으며 볼 영화의 설정이라던가, 최근에 겪었던 아르바이트 진상 손님 이야기라던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다이고와 집으로 향했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무렵, 아미는 킹에게 먼저 말을 꺼냈다.

“킹, 사실 오늘 최고의 하루를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아미의 말이 끝나기 전 다이고가 말을 끊었다.

“아미, 그 식당 말인데 다음 데이트 때 갈까? 저녁은 내가 맛있는 거 해줄게, 어때? 점심은 조금 실수가 있었지만 케이크는 무사히 잘 샀잖아. 케이크 먹으면서 영화 보기로 한 건 계획 그대로 할 수 있는 거니까...”

 

다이고가 말하던 와중, 다이고의 뺨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았다. 아미와 다이고는 서로에서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드높은 하늘 어딘가에서 내리는 눈은 가로등 불빛을 맞아 마치 일종의 무대 효과 같기도 했다. 가로등 불빛을 조명 삼아, 다이고는 못 다한 말을 이어갔다.

 

“결국 아미 네가 계획한 크리스마스는 보낼 수 있는 거네, 그렇지?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찾아서 뭐라도 하지, 뭐. 나름 좋은 것 같은데? 어때, 아미? 나는 너랑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좋거든. 오후가 정 마음에 안 들면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지금부터인걸로 하자. 메리 크리스마스, 아미!”

 

다이고가 환한 웃음과 함께 말을 마쳤다. 아미의 머리카락에 붙은 눈송이를 정리해준 뒤 다이고는 아미의 손을 잡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 순간 아미는 생각했다.

‘최고의 하루는 내가 선물해주고 싶었는데, 정작 내가 선물 받았잖아?’ 현관문이 열리고 집에 들어온 아미가 케이크를 내려놓고는 다이고를 있는 힘껏 안으며 말했다.

“역시 킹은 최고라니까! 메리 크리스마스, 킹!”

저녁을 먹고 나서는 누구나 알만한, 그런 이야기이다. 둘은 케이크를 먹으며 아미가 찾아둔 영화를 봤고, 히든 코스라며 아미가 준비한 편지지에 서로 편지도 쓰고, 다이고가 몰래 준비한 크리스마스 트리도 꾸미며 둘만의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남들보다 하루 늦게 시작한 크리스마스이지만, 다이고와 아미에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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