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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공능글수(@KGeulsu55666)-슈바르츠, 그리타, 노아부인, 네로남작/슈바그리

※본편 n년 전 시점입니다.

 

평소도 어둡고 칙칙하던 쉐도우라인이 유난히 더 차갑고 우울한 날이 있다. 인간들은 그 기간을 크리스마스라고 부르지만, 쉐도우에서의 그 기간은 '어둠의 가뭄'이었다.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어둠의 힘이 약해져 쉐도우들이 살기 힘들어지는 기간. 자신의 딸을 어둠의 황제의 비로 맞이할 예정인 노아 부인으로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그리타의 손톱을 정리해두다 갑자기,

"어머, 벌써 어둠의 가뭄이라니……. 그리타에게 줄 어둠이 모자라겠어!"

라며 입버릇처럼 한탄하기 시작했다. 그리타가 황제의 아내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 확실시된 이후로 노아 부인은 자주 그리타-로 시작하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입 밖으로 내곤 했다.

"노아 부인, 그런 건 딸한테나 가서 하지 그러죠?"

이런 노아 부인의 언행을 좋게 보지 않는 네로 남작이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역시나,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달려들었다.

"네로 남작, 그쪽이야말로 뭐가 문제지요?"

"모두가 있는 장소 아닙니까, 그러니까 언행을……."

 

둘은 가뭄이라는 사실도 잊고 둘만의 싸움에 빠져들었다. 그걸 보고 있는 노아 부인의 딸, 그리타는 '어머니와 남작님은 가뭄이어도 똑같으시구나'라고 생각하며 웃었다. 둘의 싸우는 소리가 점점 격해지자, 소리를 들은 쉐도우라인의 흑철장이 커튼 뒤로 터벅터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두 분 다 충분히 시끄러우십니다만."

'슈바르츠님……!'

한참을 싸우던 노아 부인과 네로 남작은 잠깐 싸움을 멈추더니 슈바르츠를 빤히 응시했다. 슈바르츠는 그 따가운 시선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슈바르츠, 넌 우리보다 낮은 주제에 어딜 끼어드나?"

"그러게요! 슈바르츠, 부끄럽지도 않아요?"

이것도 평소와 같은 상황. 슈바르츠는 늘 둘의 싸움에 기어이 끼어들곤 피를 보는 일이 일상이었다. 딱히 어둠의 가뭄이라고 해도 달라진 것 없는 하루.

 

상사들에게 까일대로 까인 슈바르츠는 "그럼 실례."라는 말 한마디로 상황을 빠져나가 커튼 뒤로 유유히 사라지려 했다.

"잠시만요!"

"네……?"

이 일만 아니었다면 이번 가뭄도 평소대로 지나갔을 터이나, 소녀의 용기가 올해의 가뭄을 살짝 바꿔놓았다.

그리타는 크리스마스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연인들이 만나 사랑을 속삭이는 휴일, 쉐도우라인에선 차갑기만 한 날이 바깥에서는 그 추위조차도 이길 온기로 가득하다는 것이 신기했다. 언젠가는 어둠의 가뭄이 아닌 크리스마스로 이 기간을 보내고 싶다고, 이왕이면 상대는 그리타의 왕자님인 슈바르츠님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그런 소녀다운 낭만이 있었다.

한데 마침 어머니와 남작님은 싸우는 중이라 자신에겐 관심이 없을 테고, 슈바르츠님은 혼자니까 이건 절호의 기회! 라고 생각했지만…….

"그리타 양, 무슨 일이신가요."

"아앗, 그게, 슈바르츠 님……."

그리타는 이런 계획을 슈바르츠에게 말한 적 없었다!

 

"그럼 전 이만 실례."

슈바르츠는 그리타의 손을 꽉 잡았다. 그가 그리타를 떼어내려 할 때 자주 쓰는 수법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먹혔을 수법이다. 다만, 오늘은 크리스마스였다.

'죄송해요, 슈바르츠 님!!'

그리타는 그대로 슈바르츠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짓을, 다음부턴 슈바르츠님이 손잡으면 아무것도 안 할 거야!'란 지극히 아가씨 다운 다짐을 하며, 어느새 둘은 쉐도우라인 성의 발코니에 다다랐다.

"이게 무슨……."

슈바르츠는 그리타를 빤히 쳐다봤다. 노아 부인이 네로 남작을 쳐다보던 그런 시선이었다. 물론 그리타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자신이 한 행동을 의식하고 나니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어 아무 말도 못 하게 된 것이다. 마침 정적을 깰만한 주제가 하늘에서 툭툭 떨어졌다.

"눈이네요……!"

"눈이군요."

 

그리타도 슈바르츠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쉐도우 주민이면 이런 말 하는 건 실례인 걸 알지만, 그래도 슈바르츠의 눈이 잠시 빛나는 것 같았다. 멋있어!

"이걸 보여주고 싶어서 데려오신 건가요?"

슈바르츠가 이어서 말했다. 긴장이 살짝 풀린 그리타가 하고 싶던 말을 줄줄이 하기 시작했다.

"그, 그게 오늘은 어둠의 가뭄이기도 하지만, 인간들에게는 크리스마스라고 들어서요, 쉐도우 주민이 챙기는 건 올바르지 않은 행동인 건 알지만, 그게……."

"그리타 양."

슈바르츠가 다시 그리타의 손을 잡았다.

"밖은 춥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하신 말씀은 비밀로 해드리겠습니다."

"아, 잠깐, 잠깐만요!"

그리타는 돌아가려는 슈바르츠를 다시 붙잡았다.

"저희……이렇게 나온 거, 소원이라도 하나 빌고 가요."

 

둘은 눈이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눈을 꾹 감고 소원을 빌었다. 그리타는 소원을 빌다 살짝 눈을 떠서 아직 눈을 감고 있는 슈바르츠의 옆모습을 보았다. 역시나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렇다면 이젠 진짜로 돌아갈까요?"

"네! 좋아요!"

둘은 (나름대로의) 작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성 안으로 들어갔다.

"슈바르츠님은 무슨 소원을 비셨어요?"

"전 다음 해에야말로 꼭 무적의 열차 군단을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슈바르츠님 다워요."

그리타는 꼭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아무에게도 그날 일을 말하지 않았다.

 

언젠가, 크리스마스는 꼭 둘이 함께 보내고 싶어요.

언젠간 이루어질 그 소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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