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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난(@r4sqt1n) - 한도 타이야, 메이타 이시로/타이샤시

성야 D+1의 당신에게

 

※ 최소 37화 이후의 시점(토코야리의 조사, 넥타이핀의 사용 등 본편 요소 포함)입니다.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다를 것은 없었다. 메이타 이시로는 고용주의 요청 하에, ISA와 토코야리의 조사를 이어갔다. 천주교인이 다수인 국가는 크리스마스를 국가공휴일로 제정한다고 하던데, 아쉽게도 일본은 그렇지 않았으므로 이시로는 무기질한 직장인들 사이로 몸을 숨겨야 했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거야! 라고, 발랄하게 이야기하던 미라의 목소리를 기억해내면, 자연히 아쉬움이 떠오른다. 모두와, 타이야와 만나지 못하는 건 안 그런 척해도 쓸쓸할지도 모르겠다고. 그리 생각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시로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스스로를 비웃었다. 애초 타이야를 만나기 전에는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그저 예수의 탄신일이자 기업들이 관련한 프로모션으로 이득을 보는 날 정도로밖에는 생각하지 않았을 텐데, 그와의 만남은 메이타 이시로라는 인간을 뼛속까지 바꿔 놓은 모양이라.

“……여유가 나면, 오후에는 차고에 얼굴을 비출까.”

한숨처럼 뱉은 말은 입김과 함께 새하얗게 사라지지만, 이시로의 안에서는 유효하게 작용할 예정이었다. 그건 기실 본인에게 하는 약속이나 선언과도 같았다. 준비해온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으니, 더더욱 당연했다. 배달상의 업무는 시간에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누군가의 탓에, 제게도 그 버릇이 옮은 모양이었다.

선물을 받은 건 타이야와 처음 만난 해의 겨울이 처음이었다. 애초 크리스마스라는 날에 그런 의미가 있는 걸 자각하게 된 것 역시, 타이야의 탓이었다. 이시로는 지금까지도 타이야가 제게 건네주었던 쇼핑백의 질감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브랜드도 가격도 알 수 없는─몇 번이고 타이야에게 물었던 적은 있으나, 한 번도 대답을 듣지는 못했다. 아마 오더 메이드로,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혹은 그것보다도 훨씬 값비싼 물건일 것이라고, 이시로는 짐작했다.─남성용 구두가 들어있었다. 당연하게도 거절할 생각이었으나 타이야는 허락해주지 않았고, 그 덕에 급히 백화점을 돌아 멋대로 되돌려주었다. 그때부터 약속이라도 한 듯, 기념일이라는 빌미로 멋대로 선물을 주고받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다짐이 무상하게도, 신이나 종교 따위 믿지 않는 이시로에게 예수가 베풀어줄 시간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중간에 급하게 끼어든 안건이 생겼을 때부터 짐작했지만, 일의 처리를 얼추 마치고 나면, 차고에 얼굴을 비추기에는 꽤 어려운 시간이 되어 있었다. 지금 출발하면 도착할 즈음에 크리스마스는 끝나있겠군. 이시로는 우수한 정보상이었기에, 그 계산은 틀리지 않을 터였다. 왼손에 들고 있는 쇼핑백이 처량해지지만, 이시로의 사고는 지금의 상황을 ‘어쩔 수 없는 일’로 정의내리고 있었다.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선물의 가치 같은 건 하루정도 늦는다고 해도 퇴색되지 않아. 그리 생각하며 가까운 세이프 하우스의 위치를 생각하며 발을 옮겼을 때였다.

아직 퇴근하지 못한 이들의 불빛만이 존재하는 교차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새빨간 록스타가 미끄러지듯 다가와, 보란 듯이 제 앞에 정차했다. 타이야는 언제나 자신의 비루한 예상을 뛰어넘는 사람이라는 걸 간과했는지도 모르겠다고. 이시로는 록스타의 조수석에 올라타며 생각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샤시로.”

“멋대로 찾아온 사람치고는 태평한 첫 마디군.”

“얼마 안 남았으니까, 어떻게든 전해주고 싶었거든. 오늘의 너는 아무래도 찾아오지 못할 정도로 바쁜 모양이니까,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할까.”

“굳이 그럴 필요는…….”

“그렇게 말하지만, 샤시로도 준비해온 거 아니야? 크리스마스 선물.”

상냥한 말투로 제 속을 전부 꿰뚫는다. 이시로는 이런 식으로 말하는 타이야에게 얼버무릴 수 있는 사람이 못 되었다. 겐바의 말마따나, 타이야에게는 무른 것이다. 특별한 부정의 말 없이 벨트를 매는 모습을 확인한 타이야는 익숙하게 주행을 시작했다.

“가까운 세이프 하우스라면……. N빌딩 근처에서 세워 줘.”

타이야는 이시로의 말에 경쾌하게 대답한 것치고는, 제법 이상했다. 경로의 탐색이라면 언제나 하던 일이니까 알 수 있다. 지금 타이야는 아무리 생각해도 돌아가고 있었다. 외려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해도 무방했다. 다만 눈동자를 굴려 슬그머니 바라본 낯이, 당장에라도 선물을 기대하는 어린 아이처럼 맑아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차를 타고 20분이면 갈 거리를 의뢰했으나, 록스타는 기어코 30분을 넘게 달리고 나서야 멈췄다. 요청했던 목적지와는 전혀 다른, 근교의 공터에서였다. 타이야와는 눈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의중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도통 마주쳐주지 않는다. 아마 오는 도중의 어느 시점부터는 계속 타이야에게 거슬릴 정도로 시선을 두었을 텐데도. 기어코 제가 무어라 한 마디를 하기 위해 입을 뗄 즈음에서야, 눈을 마주해 온다.

“샤시로, 창 밖을 봐줄래?”

순순히 고개를 돌리면,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번화가 가운데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트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트리와 크리스마스다운 풍경을 보자마자 이시로는 빠르게 계산해냈다. 이 근처에서는 정확히 여기만이, 저 번화가 중심의 트리를 무엇에도 가리지 않고 온전히 볼 수 있을 각도였다. 크리스마스는 이미 지나고 있는데도, 타이야가 이걸 위해서 여기까지 저를 데리고 왔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저를 바라보던 타이야와 눈이 마주쳤다. 보여주고 싶었던 거야. 소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알 수 있었다. 먼 번화가의 아른거리는 불빛을 등지고, 우리는 찰나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샤시로가 준비한 선물은 뭐야?”

“크게 특별할 것 없는 머플러다. 기대에 못 미쳐서 미안하군.”

“……그럼 지금 샤시로가 감아 줄래?”

그에게 쇼핑백을 내미는 것보다 타이야의 발화가 빨랐다. 이시로는, 여느 때와 같이,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혹은 그가 조금 애석한 낯을 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타이야는 제가 쉽게 발화하는 스스로를 향한 폄하를 아주 유감스러워 하고는 했으므로. 그러니 지금은 그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야 했다. 머플러의 포장을 조심스럽게 벗겨, 그의 목에 불편하지 않도록 감아간다. 한도 타이야와 닮은, 그리고 아주 잘 어울리는 버건디. 새삼 스타일이 좋은 남자였다. 모양을 정돈하고, 가볍게 매듭을 지어주고 나서 멀어졌건만, 타이야는 외려 기분 좋게 웃고서는 저와 거리를 좁혀왔다.

“내 쪽의 선물은 아직이라서 말이야.”

타이야는 솜씨 좋게 안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익숙하게 제 가슴팍에 손을 뻗어왔다. 넥타이핀, 저번에 망가졌다고 했던 걸 의식하고 있었던 건가. 이시로는 타이야의 손길로 제 가슴팍에 새 넥타이핀이 자리잡아가는 것을 어쩐지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두근거리고 있어, 샤시로.”

“살아있으니까.”

응, 살아 있네. 그 말에서야 긴장이 풀리는 것 같았다. 며칠간 잠입 때문에 익숙하게 타인의 행세를 하며, 저조차도 알아채지 못하는 새에 세워져있던 긴장의 벽을, 타이야는 이렇게 멋대로 허물어 버린다. 다만 그게 싫은 감각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마도 영원히, 이 남자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밀회는 길지 않았다. 이대로 계속 같이 있고 싶다고 소망하면서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지금의 둘은 어른이었으므로. 공터에 잠시 정차해 있던 록스타는 부드럽게, 원래의 목적지를 향해 갔다. 곧 찾아올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가벼운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눈 깜빡할 새에 도착하고 만다. 그의 곁에서만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야속할 정도였다. 도착했어. 그리 말하며 저를 바라보는 타이야는 이시로와 같이 아쉬운 낯을 하고 있었다. 가지 않았으면 좋겠어. 생각은 쉽게 읽혔지만, 타이야도 이시로도 그 말을 입에 내지는 않았다. 다만 메이타 이시로 역시도 꽤나 교활한 남자였으므로.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웠어, 타이야.”

기어를 붙잡은 손을 조심스레 겹쳐 잡고, 오로지 타이야에게만 보여주는 낯으로 속삭이곤 떠나갔다. 귓가에 닿은 것이 목소리였는지, 마른 입술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새벽 두 시가 다 되어가는 교차로. 뒤늦은 선물을 받은 남자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눈으로 좇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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